침묵은 시끄럽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는 뜻의 격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침묵을 선택한다면,

그 상황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당신은 도박을 하는 것이고,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아주 아주 승률이 낮은 도박을 하게 될 것이다.


침묵은 고의든 아니든 상대방의 관점에서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침묵은 침묵일 뿐, 그 이면에 있는 고뇌나 망설임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일 침묵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나는 침묵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침묵으로는 상황이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단순히 당장 눈앞의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기만을 위한 

좋지 않은 임시방편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당장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말해봐야 더 욕만 먹을 것 같아서.

제대로 대화가 되지를 않아서 등등

이유(변명)는 많다.



사람은 입 밖으로 말을 꺼내 대화하지 않으면

눈앞에 있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신체적 언어로 알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기 싫을 수 있다. 

저자세로 나가기 싫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고의적으로 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변명이던, 혹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던.

정말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라도 말해야 한다.

쓸데없는 침묵으로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살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침묵은 종종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그걸 꺼내지 못한 채 

침묵으로 흘려보냈던 일들이 종종 다시 떠올라 아직까지도 나를 괴롭히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들과 스몰토크 정도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수준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텔레파시처럼 타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