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행 전날은 떨리고 설레서 잠을 설치기 마련이라고 하죠.
하지만 설마 타의에 의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자게 될 줄이야..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행기시간이 아침일찍이라 여유있게 출발하기위해 전날은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분명 건물 하나가 통째로 호텔이었는데,
숙소 위 층에서는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건가 생각했을 정도로
뭐가그리 신나는지 새벽 5시가 넘도록 노래하고 쿵쾅거리는 바람에
잠을 전~혀 못 잤습니다.
인천공항 가는 전철의 첫 차 시간까지 눈만 감고 있었네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항에서 노숙하지 않고
숙소를 잡았던 거였는데.. 아쉬웠네요.
그래도 다행히 전 날에 12시간 자뒀던 것 덕분에
여행에 미친 영향은 적었습니다.
원래 우리가 가려했던 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의 벳푸.
하지만 출발 한 달을 남긴 시점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항공사를 변경하게 되었는데,
그 때 다른항공사의 벳푸행 왕복 비행기표가
기존에 구매했던 표보다 많이 비쌌기 때문에
항공사 바꾸는김에 목적지도 같이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우리의 목적지는 타카마쓰(高松).
다카마쓰는 일본에서 우동현이라고 할 정도로 우동으로 유명한,
카가와현에 위치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지도를 보니 전에 갔었던 시코쿠현의 마쓰야마 바로 옆동네였네요
입국 수속을 끝내고 공항 로비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셔틀버스 탑승권 판매기에서
다카마쓰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셔틀버스 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도 지원합니다.
나카진초(中新町)에서 내렸는데 공항에서 30분 정도 걸리고
탑승권 가격은 900엔이었습니다.
시내에 도착하고 나서 일단 체크인 전에 숙소에 짐만 맡겨두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타마모 공원을 먼저 구경하러 갔습니다.
타마모공원은 천수각은 사라지고 성터만 남아있는 곳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운영 중인 공원이었는데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입장료 인당 200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공복이었다는 거죠.
우동현에서의 대망의 첫 끼는 무조건 우동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이는 아무 우동가게로 들어가서
우동과 튀김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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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우동 中자, 양이 많았음 |
맛있..다.
분명, 양도 많고 맛있는 우동이었습니다.
맛있는 우동이였긴한데...
우동은 우동이네요.
우동이 맛있어봐야 우동이라는 당연한 것을
설레는 마음에 잠시 잊고있었던것 같네요,
우동현이라고까지 불리는 지역의
우동 맛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나 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그 이후로 우리는 우동말고 다른 먹거리를 찾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캡슐토이샵에서 뽑기하고 있다가, 예정보다 30분 정도
일찍 체크인 가능하다는 메세지 받고 숙소로 들어가서 쉬다,
6시쯤 나와서 다카마쓰의 명물 호네츠키토리를 먹기 위해
[Piccadilly-ya]라는 이름의 이자카야에 갔습니다.
일단 맥주 대짜로 한 잔씩 마시고
호네츠키토리랑 회모둠 한 접시를 먹었는데,
여기 진짜 음식이 전부 다 맛있었습니다.
피카데리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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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cadilly-ya의 오토시(お通し)(기본 유료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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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의 명물, 호네츠키토리, 마늘향이 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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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회, 생선들이 다 기름지고 맛있었음 |
호네츠키토리를 주문하면, 히나도리와 오야도리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여기서 히나도리는 어린 닭(영계),
오야도리는 나이가 있는 토종 닭(노계)를 뜻합니다.
2차로 사누키 어쩌구하는 이자카야에 갔는데,
이미 안에서 단체 손님이 연회 중이었는지 시끌벅적 하더라구요.
메뉴도 반 이상이 품절되어 있었고, 뭔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우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라서 회 한 접시에
사케만 글라스로 한 잔씩 마시고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숙소 앞에 있는 마트에서 술이랑 안주를 사서
3차는 숙소에서 마시기로 했죠.
원래 다음 날인 2월 4일에 다카마쓰에서 거리가 좀 되는
오카야마에 있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가려고 했었는데,
다들 오늘 하루만 2만 보 넘게 걸으면서 힘들었는지
맥주 캔을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슬쩍 말이 나왔습니다.
"내일 쉴래?"
그렇게 모두에게 격한 호응을 받으며 내일은 하루
느긋하게 쉬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벽 2시쯤에 이불 속으로 들어갔지만,
말을 들어보니 친구들은 새벽 4시까지 마셨다고 하네요
-둘째날-
오늘은 쉬는 날.
다들 오전 10시쯤 느긋하게 일어나서 먼저
근처에 이나카소바라는 가게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메밀소바 가게였는데 양복쟁이 현지 직장인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여기 타마고동(달걀덮밥)도 맛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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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츠네 소바(유부 메밀국수) |
저는 키츠네소바를 주문했는데 달달하고 고소한 유부와
깔끔한 메밀국수가 너무 맘에 들었네요.
가성비도 좋고 맛있었어요.
TMI 지만, 일본에서는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여우 = 키츠네, 이나리 = 곡식의 신 => 상징하는 동물이 여우)
유부가 들어간 음식 이름에 이나리 또는 키츠네가 붙더라구요.
참고로 유부초밥은 일본어로 "이나리즈시" 라고 합니다.
점심 먹고 다시 숙소에서 좀 쉬다가
오후 4시쯤 가고 싶은 사람만 모집하여 저 포함 3명이서
리쓰린 공원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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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갔는지 잉어 먹이주는건 끝나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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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사기(왜가리) |
리쓰린 공원은 타마모공원에 비해 넓기도 하고 볼 것도 많아서
다카마쓰에 온다면 한 번쯤은 구경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 후 코네코(子子子)라는 이름의 이자카야에서
맥주에 가라아게, 야키토리, 닭 생간 회,
바삭바삭한 닭 껍질 전병을 먹었는데
너무 취했었던 건지 찍어놓은 사진이 없네요
다카마쓰의 지사케(지역술), 근교인 고토히라에 양조장이 있는
킨료사케 2홉을 따듯하게 데워서 아츠캉으로 한번 먹어봤는데,
훅 갑니다 진짜. 한 모금 마시자마자 열이 확 오르는 게 느껴지는데,
술의 온도가 다른 정도만으로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 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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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맛있는 닭꼬치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좋았다. |
2차로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 야키소바, 닭 날개 튀김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맥주랑 마셨습니다.
그런데, 닭 날개 튀김을 총 3가지 맛을 주문했는데,
그중에 일본에서 매운맛이 매워봤자지 하고
호기롭게 주문했던 "슈퍼 스파이시 맛" 절대로 추천 안 함.
맛있게 매운 게 아니라, 이건 아프고 따갑고
마치 음식이 "먹고 뒤져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매운맛.
저는 평소에 매운맛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도
이거는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음식이 맞는지 싶고,
일본 사람들이 이걸 입에 댈 수 있다고??
혹시 혐한 당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쾌한 매운맛이었습니다.
다른 맛은 좀 짜긴 했는데, 맥주 안주로는 먹을 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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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대망의 고토히라궁,
그리고 근교의 붓쇼잔 온천에 가는 날이네요
고토히라궁 정상까지의 계단 수는 1368개.
참고로 63빌딩의 계단 수는 1251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