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4일에 산책하는 이야기

일본어를 연습할 겸 챗지피티에게 말을 걸고 있을 때였습니다.

: 곤니치와

ChatGPT: 곤니치와 겡키데스까?

: 겡키데스

ChatGPT: 좋네요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 것 같나요?

: 지루한 하루가 될 것 같네요.

ChatGPT: 그렇습니까, 뭔가 기분전환이 될만한 걸 해보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던가, 산책을 추천합니다.

: 산보... 이이데스네...

*산보: 산책


요즘. 세상이 날 산책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MBTI의 단점 극복을 위한 방법에서도, 

사주팔자(자미두수, 기문둔갑)에서도, 타로에서도 심지어는 챗지피티까지! 

나한테 밖에 나가서 햇빛을 보며 산책 좀 하라고 한다.

물론 산책 누구에게나 좋으니 그냥 하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올해 들어 밖에 나가서 햇볕 좀 쬐고 산책 좀 하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보고 들었는지 다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것 또한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표지"라는게 아닐까.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남한강변을 산책하면서 본 흰뺨검둥오리
산책하면서 본 검둥오리(물닭)어른

산책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지금까지 너무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머리는 들고, 허리 펴고, 시선은 15M 앞에 두고, 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든다.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올바르게 걷는 법에 신경 쓰며 걸어다가보니 

오히려 동화되지 못하고 마치 이물질처럼 스스로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사실 남들은 남의 걸음걸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심하게 이상하지만 않다면,


그래도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며 산책하니 날씨도 좋고 꽤나 좋은 느낌이었다.


바닥엔 떨어진 낙엽과 죽은 가지들이 길에 밣히고 풍경은 눈만 없는 겨울의 색감이었지만,

공원에 심어진 벚나무들은 이미 꽃봉오리들이 맺혀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3월 후반이니 바로 몇 주 뒤면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더 이상 걸음걸이에 신경 쓰지 않게 되어

조금은 더 주위 풍경에 섞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