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여행기 1부
여섯째날
오전 11시에 체크아웃하고나서
두번째숙소 체크인시간까지 3시간정도 여유가 있으니
마쓰야마역의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해두고
우선 가까운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가게이름은 "미식방 하루핀".
저는 마파두부세트 중간매운맛을 주문했고
친구는 동파육 야키교자세트를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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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마파두부세트 |
친구가 교자 한입 베어물고나서 놀란 표정으로
젓가락으로 들고있는 육즙이 흘러 떨어지고있는 교자의 단면을
과시하듯 보여주면서,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저에게도 하나 나눠줘서 먹어봤는데,
와.
이 교자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육즙도 육즙이지만 만두피도 바삭했고 속도 훌륭했습니다.
이건 무조건 냉동이 아니라 수제로 빚어서 만든 만두.
제가 만두 맛집을 찾아다니며 경험을 쌓고있는건 아니고,
평소엔 비비고 냉동만두정도나 즐겨먹는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이 교자의 순위를 매겨 보라한다면.
어머니가 만들어준 만두를 제외하고,
랭킹 2위에 당당하게 입성 할 수있는 교자 였습니다.
쥬시함과 바삭함이 공존하는 급, 레벨이다른 만두였습니다.
일본 여기저기서 교자를 조금 먹어봤지만,
여기가 특별하게 맛있던 것이더라구요
여긴 교자집도 아니고 중국집인데도 이 정도 라니.
중국집이라고 하면, 대강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 할 것 같아
여행까지와서 먹기 그런 이미지가 좀 있을 수 있지만,
일본식 중화요리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한국의 중국집에서는 맛 보지 못 할 새로운 경험이니
한 번 쯤 시도해보는것도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네요.
제가 주문했던 마파두부도 이제까지 먹어왔던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된 마파두부와는 다르게
그 마라탕의 산초에서나는 마~한 맛.
좀 더 중국 현지의 마파두부와 가까운맛인것 같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두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군대에서도 마파두부나오면 잘 먹었었는데,
한국에서 한국식 마파두부만 먹어봤지
이런 식의 진짜 마파두부는 처음 경험해 보는거라
좋은 경험이 되었네요.
이 후로 유튜브레시피 보고 공부해서
집에서도 종종 마파두부를 만들어먹게 되었습니다.
일곱째날
숙소를 도고온천근처로 이동하고나서 다음날인 일곱째날엔
도고온천과 근처에 볼만한곳들을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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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짱 카라쿠리 시계 |
도고온천역 바로 앞에 있는 봇짱 카라쿠리시계는
한 시간마다(주말이나 공휴일은 30분마다) 음악과 함께
시계가 열리며 인형들이 나와 움직입니다.
이 시계의 옆에 족욕탕도 있습니다.
도고온천 본관입니다. 지금은 공사가 끝난걸로 알고있는데,
제가 갔던 2023년에는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이사니와 신사에서 내려와서
남쪽으로 조금 걸으면 도고공원이 나옵니다.
도고공원 안에 있는 이와사키신사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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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사안에서 고양이가 쉬고있었네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도고공원, 식사하고나서 산책하기 좋은곳입니다만,
이와사키 신사 근처를 지나가실 때, 특히 여름에는!
효과좋은 벌레기피스프레이를 꼭!!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여기 독한 산모기가 그렇게 많습니다..
모기밥을 너무 많이줘서 분명 몸무게가 몇그람 빠졌을 겁니다..
도고공원에서 서쪽으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Fuji라는 이름의 커다란 마트가 나옵니다.
여기서 숙소에서 먹을 안주거리와 술을 사서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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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 늘어나는 전리품 |
여덟째날
특별한거 없이 느긋하게 도고유노마치 상점가를 구경하고
점심으로는 마쓰야마 명물 타이메시를 먹고나서
Fuji마트에서 안주랑 술사다가 숙소에서 파티했습니다.
아홉째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날,
숙소 바로앞에있는 마쓰야마 신사를 들렸다가
좀 멀리있는 Book off를 찾아가 피규어를 구경하고나서
식사시간을 피해 제대로 된 돈코츠라멘집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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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신사 |
가게의 이름은 "쿠루메 돈코츠라멘"
여기 돈코츠 라멘을 먹고나서
아~ 일본에서 돈코츠라멘이란건 분명
한국의 돼지국밥이랑 비슷한 위치의 음식,
일본인들의 소울푸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돼지국밥도 누군가에겐 향,
누군가에겐 냄새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듯이.
이 돈코츠라멘, 돼지 향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저는 맛있게 먹었지만,
친구는 좀처럼 그릇을 비우질 못하더라구요.
돼지국밥을 좋아한다. 돼지국밥 매니아다!
하시는 분께는 이 돈코츠라멘집 추천드립니다.
저녁에는 오뎅가게에서 생맥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금 열심히 일본을 향해오고있는 태풍이
마쓰야마를 휩쓸고나서 인천으로 향할거라는 거죠.
그런데 과연 마쓰야마에서 인천으로가는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못 뜬 다고 한다면 숙소는 어떻게 할 지,
발등에 불떨어진것마냥 급하게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자보험을 들어놨더라면 이런고민을 덜 해도 되었을텐데,
이런일이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거죠.
다음 여행부터는 꼭 여행자보험을 들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태풍이 다가오고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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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 역 앞의 봇짱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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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 역 앞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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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이사니와 신사가 보인다 |
그 때까지 역근처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습니다.
도고온천 관광안내소 옆의 코인락커에 짐을 넣어두고나서
2층에 있는 시라사기 커피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특이한 국물없는 카레를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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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짰던 국물없는 뿌리채소카레 |
한국행 비행기가 30분씩 두 번이나 지연되어서
이거 잘못하면 오늘 집에 못 갈 수도 있겠구나..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운좋게 탑승수속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올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쓰야마 여행 즐거웠습니다!
누군가는 마쓰야마같은 소도시를 10일 동안이나 볼게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오랫동안 볼만 한 건 없습니다.
저랑 제 친구는 관광명소들을 구경하러 바쁘게 돌아다니는것보다,
느긋하게 하루에 하나씩 구경하거나.
그냥 맛있는거 먹고, 한국과 닮았으면서도 어딘가 이국적인
일본 상점가의 골목길을 천천히 산책하고,
배고프면 보이는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서 식사하고,
술퍼마시고, 힐링 하고 그런걸 좋아하는 성향이
서로 맞았기 때문에 이런 여행도 가능했던 것이었겠지요.
빨리빨리도 좋지만, 여유를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쓰야마 여행기 였습니다.